똥개 바둑이 일기
나는 똥개다.
이세돌처럼 바둑을
잘 두지는 못하지만
이름만은 바둑이다.
주인을 만나면 반갑게 꼬리를 친다.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때면
으르렁 컹컹컹 마구 짖어대며
달려들곤 했다.
주인이 주는 밥이면 깡 보리밥, 옥수수밥
쉰 된장국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고
도둑들이 얼씬도 못하게 집을 지켰다.
똥오줌은 절대로 아무데다 싸지 않았다.
똥은 절대로 먹지 않았다.
그래도 똥개다.
죄가 없는데도 몸집이 크다고
주인은 대문 옆 감나무에
목줄을 채워 꽁꽁 매달아놓았다.
빠져나오려고 끙끙거리며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 할 때마다
쇠사슬 끄는 소리만 요란했다.
어쩌다 목줄이 풀리는 날
어쩌다 동네 마실가는 날
골목 후비진 곳에 한쪽 다리를 쳐들고
오줌을 찔끔찔끔 이곳저곳 냄새 맡으며
동네골목 샅샅이 사진으로 찍어두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이웃집 복실이를 만났다.
그날부터 첫눈에 반해
복실이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니다가
복실이를 임신시켰다.
그 뒤부터 복실이 소식이 궁금해
목줄을 끊고
대문의 빗장을 입으로 열고
이웃집을 기웃거렸다.
장발장이 되었다.
주인은 화를 내며
여름날 개장수에게 팔아넘겼다.
개장수 오토바이 철망에 실려 가면서
눈물 흘렸다.
이웃집 복실이 사랑한 죄로
복날 미투 희생자가 되었다.
억울하다.
이 땅에 똥개로 태어난 죄밖에 없다.
진돗개나 풍산개처럼 족보 없이 태어난 죄
충직한 종을 똥개 취급
능멸한 주인의 배신을 잊을 수 없다.
이웃집 복실이를 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도 죄가 됩니까?
몸보신 킬링필드 대학살 살생부
저는 죽어서도 주인의 몸으로 다시 태어날 거다.
부글부글 끓는 가마솥에 장례를 치른 뒤
주인의 핏속으로 파고들 거다.
삼복더위
지나가는 사람을 함부로 건드리면 큰 일 난다.
죽은 똥개 원혼이 불쾌지수를 높여
당신을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컹컹컹!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