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10월 7일 다섯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2021년 첫 발사에서 목표 궤도 안착에 이르지 못했던 아쉬움을 딛고 네 차례 연속 성공을 거뒀다. 예정된 시각에 발사해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5기를 목표 궤도에 투입한 것은 우리나라 우주수송 역량이 한 단계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발사 성공이 곧 상업적 경쟁력 확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섯 차례 가운데 네 차례 성공했다는 누적 성공률 80%는 지금까지의 실적이지, 앞으로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확률이 아니다. 이번에도 탑재위성 15기 가운데 14기가 분리됐고, 큐브위성 1기는 분리되지 않았다. 성과는 평가하되 남은 문제까지 점검하는 태도가 기술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리호의 성공을 축하하는 데서 나아가,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연결하는 정책이다.
성공의 바탕은 정밀한 임무 수행과 협력이다
이번 발사의 의미는 단순히 로켓을 우주로 보냈다는 데 있지 않다. 여러 위성을 목표 궤도에 안정적으로 배치하는 능력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이번에는 저충격 위성분리장치를 도입하고, 위성 간 충돌을 방지하는 분리 절차를 적용했다. 민간기업의 발사운용 참여도 이전보다 확대했다.
이는 발사체 제작과 시험, 위성의 분리, 지상 운용을 연결하는 종합적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공 연구기관이 축적한 기술과 민간기업의 제작·운용 경험이 결합될 때, 일회성 성공을 반복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군집위성(Constellation, 여러 위성을 함께 운용하는 체계)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할 부분이다. KAIST는 네온샛의 군집 운용 체계가 갖춰지면 한반도 관측 기회를 늘리고, 재난·재해 발생 지역을 다시 촬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의 가치는 우주에 도달하는 능력뿐 아니라, 그 위성이 지상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에서도 평가해야 한다.
기술 자립과 경제성은 함께 추구해야 한다
누리호의 다음 과제는 신뢰성을 더 높이면서 수송 비용을 낮추는 일이다. 다만 스페이스X 등과 비용을 비교할 때에는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발사 한 번에 드는 비용과 위성 1㎏당 수송비는 다르며, 목표 궤도와 탑재 중량, 개발비·운용비의 포함 범위에 따라서도 비교 결과가 달라진다. 서로 다른 조건의 숫자를 단순히 나누어 경쟁력의 우열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기술 자립의 의미만 강조하며 경제성 검증을 뒤로 미뤄서도 안 된다. 필자는 독자적인 우주수송 능력의 전략적 가치와 상업 발사서비스의 경쟁력을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 필수임무에는 안정적인 접근 능력이 중요하고, 상업시장에서는 가격과 일정, 고객이 요구하는 임무 수행 능력이 함께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 목표도 분명해야 한다. 모든 발사를 당장 가장 싼 가격으로 수행하겠다는 조급함도, 국산 기술이라는 이유로 높은 비용을 계속 용인하는 안일함도 경계해야 한다. 기술 자립을 지키면서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주산업 정책의 핵심이다.
재사용 기술, 안정적인 수요, 예측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
첫째,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기술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가 함께 남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메탄 추진제 기반의 재사용 발사체로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계획의 선언이 아니라 단계별 검증이다.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경제성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회수 이후 점검·정비에 드는 비용과 시간, 반복 사용 횟수, 실제 발사 수요를 함께 따져야 한다. 개발에서 운용·정비까지 들어가는 전체 비용을 관리하고, 기술 진척과 수요 전망에 따라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자에 머물지 말고 초기시장의 신뢰할 수 있는 구매자가 되어야 한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발사 이후 2032년까지 매년 한 차례 이상의 누리호 발사를 추진하며 민간 중심의 상업 발사서비스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을 기업이 투자와 인력 운영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요로 연결해야 한다.
공공위성의 개발 일정과 발사 계획을 연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중장기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다만 특정 기업에 물량과 이익을 무조건 보장해서는 안 된다. 임무 수행 능력, 비용 절감, 일정 준수에 대한 평가를 결합해야 한다.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도 공동 시험시설 활용, 핵심 부품의 성능 검증, 전문인력 양성 등 산업 전반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셋째, 민간기업이 책임과 위험을 예측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인허가의 기준과 처리 절차를 명확히 하고, 기술이전 조건과 지식재산권, 사고 발생 시 책임 배분, 보험과 피해구제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기업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책임을 부담하는지 알 수 있어야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규제 개선은 안전기준을 낮추는 일이 아니다. 중복되거나 불명확한 절차는 정비하되, 안전·환경·국제적 책임에 관한 기준은 엄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성실한 연구개발 과정의 실패와 관리 소홀을 구분하고, 실패에서 얻은 자료가 다음 설계와 검증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발사 성공을 국민의 삶과 산업의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우주산업의 미래를 발사체 한 분야에만 가둘 필요는 없다. 위성 제작과 관측정보 분석, 재난 대응 등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연구기관·대학·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의 성과 역시 발사 횟수뿐 아니라 민간 수주, 기술 축적, 비용 절감, 서비스 활용이라는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
누리호의 성공은 오랜 연구와 도전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다. 이제 그 성과가 다음 세대의 기술과 일자리,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술 자립이 우주로 나아갈 문을 열었다면, 경제성과 책임 있는 제도는 그 길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누리호의 다음 목표는 더 높이 올라가는 것만이 아니다. 더 믿을 수 있고, 더 효율적이며,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지방의회 운영 실무 (2026년)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