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통영 오곡도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통영 앞바다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 듯한 섬, 오곡도로 떠나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통영 앞바다에 작은 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섬에는 유난히 검은 까마귀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는 날마다 섬을 떠나 먼바다를 날아다녔지만, 해가 지면 반드시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한 어부가 까마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넓은 세상을 다 보고도 이 작은 섬으로 돌아오는 것이냐?”
“내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지요.”
“태어난 곳이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사람들은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지만, 누군가는 떠난 자리를 기억해야 하지요”
그날 밤 거센 풍랑이 몰아쳤습니다. 파도는 섬을 삼킬 듯 밀려왔고, 바람은 나무를 뿌리째 흔들었습니다. 사람들
은 모두 집 안으로 몸을 피했지만, 까마귀는 섬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두 날개를 활짝 펼쳤습니다.
“이 섬은 내가 지키겠다.”
까마귀가 소리 높여 울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바다를 건너가자 흩어졌던 물고기들이 돌아왔고, 멀리 떠났던 새들도 하나둘 섬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폭풍이 지나간 다음 날, 사람들은 섬 곳곳에서 작은 새싹들이 돋아난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섬을 까마귀가 지킨 골짜기의 섬, 오곡도라 불렀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둘 섬을 떠났고, 집은 비어갔으며, 한때 오가던 배도 더 이상 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무는 자라고, 새는 날아들고, 파도는 여전히 섬의 발밑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뱃길이 열렸습니다. 마치 까마귀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보아라. 나는 아직 이곳에 있다.”
오곡도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사람이 많아야 섬일까요? 배가 자주 들어와야 고향일까요? 아닙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도 기억은 남고,배가 끊긴 바다에도 기다림은 남습니다. 어쩌면 고향이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끝내 돌아가고 싶은 곳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오곡도에는 바람이 붑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까마귀 한 마리가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떠나는 것은 자유지만, 기억하는 것은 사랑이다.”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